Kanaris의 티스토리

[사회] 어른 없는 사회 본문

책/사회과학

[사회] 어른 없는 사회

카나리스 2017. 6. 6. 12:21

  


 최근 가정, 학교, 직장에서 권위적인 가부장적 제도, 사제관계, 주종관계는 부정적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 심지어 권위의 상징이기도 한 군대에서도 병사 간의 권위적인 관계도 많이 사라지는 추세다. 이런 예전 제도들을 유지, 옹호하려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르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치다 타츠루는 <어른 없는 사회>에서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꼬집어내며 권위적인 제도들이 다시금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다.



'내 발아래 유리 조각을 주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대지진이 일어나 잔해와 유리 조각이 가득한 고베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치다 타츠루는 내 발아래 유리 조각을 줍는 것, 즉, 작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어른'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몸은 어른이지만 아이 같은 어른만 있는 세상이 다가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는 데는 앞의 제도들이 없어진 데에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먼저 아버지의 권위가 사라지고 어머니가 가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어머니들의 권위가 예전과는 다르다. 아니 아예 역전되었다는 표현이 맞다. 소비, 아이들의 진로문제에 관해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이제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다. 아버지에게 남은 건 슬프지만 무관심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가정에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흙에도 공간이 있어야 식물이 자라듯이, 아이들에게도 숨통이 필요하다고 우치다는 말한다. 아버지는 아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기에 결점, 즉 공간이 생기고, 아이들은 그 공간 사이에서 반발하기도 하면서 성장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이 자신보다 아이를 더 잘 알기에 어머니의 결정에는 흠이 없고 아이는 반발할 틈도 없이 따르기만 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학교 교육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문제가 된다. 어느 새부터인가 교육을 공동체의 이익보단 자기의 그것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제 교육에 효율을 따지기 시작했으며, 최저의 노력으로 최고의 성과를 얻으려 한다. 실제로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에서도 숙제를 베끼고, 수업에 빠지면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을 최고로 여기는 아이들이 내 주변에만 해도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어른이 될 리가 전무하다는 게 우치다의 주장이다.


  그 외에도 우치다는 인터넷에서 인격 해리 현상(현실과 인터넷에서의 인격이 나뉘는 현상), 진정한 의사소통 방법, 과거의 실패에서 배우는 방법 등을 알려주며,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와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특정한 이데올로기에 강한 집념이 없으므로 (물론 이 또한 하나의 이데올로기이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페미니스트나 남녀 평등주의자는 이 책이 약간 불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치다 본인도 책에서 썼듯이 '이러한 의견 또한 있을 수 있구나' 하며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하나의 방안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